정영채 사장 "나무, 카뱅·케뱅과 플랫폼 동맹…MZ세대 맞춤 투자앱 도약"

입력 2021-07-21 15:21   수정 2021-07-21 15:22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은 ‘데이터의 힘’을 경험적으로 믿는다. 그가 말하는 데이터는 단순 통계 자료에 그치지 않는다. IB사업부 대표 시절 재무 성과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벗어나 고객 정보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대화의 기록’을 남겼는지로 직원들을 평가한 것이 시작이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에 해석을 더하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산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난 뒤 “제대로 된 데이터 창고를 구축하자”고 선언한 배경이다. 좋은 창고를 지어 놓으면 데이터가 쌓이고, 여기에 해석을 더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객이 보고 싶은 것 보여줘라”
데이터 창고는 플랫폼이다. 2016년 출시된 NH투자증권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나무’는 새로운 실험들을 했다. 2017년 현장 프라이빗뱅커(PB)들의 반대를 뚫고 진행한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 평생 우대’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몇 년간 수수료 우대를 해 주겠다는 증권사는 있었지만 평생 우대를 내건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 처음이었다. 이벤트 기간 하루 평균 개설 계좌는 이전의 20배로 늘었고, 7700억원의 자산이 새로 들어왔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무를 쓰기 시작한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컴퓨터에서 쓰는 HTS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왔다. 나무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용자경험(UX)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정 사장은 “우리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며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고객이 보고 싶은 것,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을 선별해 보여주는 것을 원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계좌도 쉽게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계좌 개설을 시도한 고객이 계좌를 트는 데 성공하는 비율을 40%에서 75%로 끌어올렸다. 쌓인 데이터로 고객의 투자를 돕는 기능도 추가했다. 수익률이 좋은 상위 5% 고객이 어떤 종목을 사고파는지 알려주는 ‘투자고수의 선택’이 대표적이다.

‘나이트홈’ 기능도 넣었다. 오후 6시가 되면 홈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지면서 해외(미국) 주식 중심으로 바뀐다. 올해 해외 주식 거래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625% 증가했다.
‘플랫폼 동맹’ 구축
‘길목 지키기’를 한 것도 주효했다. 마케팅과 광고만으론 나무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모든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했다. 작년 나무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용자 150만 명 중 47%인 72만 명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들어왔다. 나무를 통해 계좌를 개설한 전체 신규 이용자의 66%가 20대였다.

최근에는 케이뱅크 앱을 통해 NH투자증권 계좌를 처음으로 개설하는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케이뱅크 주식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주요 주주다. 양사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케이뱅크 주식 300만 주 이상을 제공한다.

정 사장은 이를 ‘플랫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30세대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결제·은행 플랫폼에는 이미 익숙하지만, 주식 플랫폼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존 플랫폼 은행 고객을 자연스럽게 주식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은행으로서도 ‘윈윈’이다. 케이뱅크 이용자가 이벤트를 통해 케이뱅크 주주가 되고, 주주가 된 고객은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2030세대 비중이 높은 암호화폐거래소 플랫폼과 연계해 이들의 고객을 나무로 끌어들이는 전략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총 157만 명의 고객이 나무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했다. 나무 앱의 월간 사용자(MAU)는 연초 대비 43% 증가한 220만 명에 이른다. 국내 브로커리지 부문 부동의 1위인 키움증권 영웅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WM사업부 순영업수익 중 디지털사업부가 벌어들인 금액은 40%에 달한다.
무시할 수 없는 오프라인의 힘
토스증권 등 기존 플랫폼 강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차별화 지점을 가지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을 통해 대면 상담이 가능하고, 대중 고객과 고액자산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 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리서치센터 등을 통해 금융 시장에 대한 전문성 있는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오프라인 기반 증권사가 가진 힘이다. 정 사장은 “2017년 ‘온라인 공룡’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며 “신선함이라는 가치는 디지털을 통해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결국 아날로그와 디지털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결합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부머 세대 고객을 기존 고객으로 사로잡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MZ세대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MZ세대를 위한 ‘투자, 문화가 되다’
나무를 통해 주식 시장에 입문한 MZ세대 계좌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테마주 중심의 단타 매매 습관이 MZ세대의 수익률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이 2019년 5월부터 ‘투자, 문화가 되다’라는 브랜드 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배경이다. 투자가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결과 지향적’ 행위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과정 지향적’ 행위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브랜드 컨셉트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팝업 스토어도 운영했다. 2019년엔 음식과 투자를 결부시킨 ‘제철 식당’을, 지난해에는 개인 취향과 투자를 연결 지은 ‘문화 다방’을 운영했다. 올해는 ‘NH슈퍼스톡마켓’을 통해 주식 종목을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듯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체험 마케팅을 진행했다.

많은 금융 플랫폼의 목표는 결국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 사장은 “증권사가 팔고 싶은 걸 파는 플랫폼이 아니라 고객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이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 관리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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